사회 일반 [현장에서] 20년 룸살롱 현직 업자 “판사 백명 쯤은 룸살롱 접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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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2,985회 작성일 25-05-19 16:13본문
[사진설명] 민주당이 공개한 지귀연 판사 접대 사진 아래에 허재현 기자가 만난 룸살롱 업자 인터뷰 내용을 자막으로 넣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지귀연 판사는 19일 자신의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가 사진을 공개했고,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보입니다. 철저한 진상조사 혹은 수사로 이어져야 하겠습니다. 민주당이 공개한 사진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을 할 것이니, 여기서는 "지금은 (판사가 룸살롱 접대 받고) 그런 시대가 아니다" 라는 지 판사의 주장에 대해서만 논해보고자 합니다. 지 판사의 설명은 실제 룸살롱 업계의 목격담과는 너무나 다른 내용입니다.
지귀연 판사 룸살롱 의혹이 터진 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 업자를 만나 취재했습니다. 민주당이 공개한 사진 속 업소는 아니었지만, 인근의 유명 고급 룸살롱을 방문했습니다. 지 판사의 얼굴 사진을 들고 이런 사람이 손님으로 온 적 있는지 물었습니다. 업계에서 20여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한 룸살롱 업자는 고민 끝에 털어놓았습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까지는 판사들도 왔습니다. 어떻게 오냐면, 변호사들이랑 같이 오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은데. 보통은 '아, 나는 밥 먹으러 왔는데, 술이나 한잔 하자 해서 온 건데 이런 곳은 불편하다' 말 하면서 자리에 앉아요. 그러면 보통 접대인이 '대감님. 여기까지 오셨는데 한잔만 드시고 가죠' 하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판사가 한 3천명 조금 넘지요? 제가 볼 때 백 명 정도는 꾸준히 (룸살롱) 접대 받는 것 같아요. 물론, 손님으로 오신 분이 저에게 판사라고 설명하진 않지요. 하지만 접대인이 우리한테 '이분이 부장판사이다. 정말 중요한 분이다. 대법관 되실 분이다. 신경 잘 써라' 하면 그렇게 아는 거죠."
지귀연 판사가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정작 룸살롱 업자들은 기자를 만났을 때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물론, 이 업자도 기자에게 '접대를 받는 판사가 다수가 아니라 소수'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100명 정도 판사가 접대를 받는다'면 그것은 결코 무시해선 안되는 숫자입니다. 판사의 룸살롱 이용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접대를 받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민주당이 공개한 '지귀연 룸살롱'은 기자가 방문한 곳보다는 좀더 은밀하게 운영되는 곳으로 추정됩니다. 업소 입구를 요란하게 만들지 않은 것은 소수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업소가 아닌지 추정하게 합니다. '윤석열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사건으로 지목된 업소가 바로 이런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첼리스트'는 지인들에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판검사 등 최고위 인사들만 상대하는 그런 업소가 우리 사회에는 분명 있고, 언론의 접근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기자와 만난 룸살롱 업자는 다만 "지귀연 판사를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분이 기자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이어간 것은 한 명의 국민으로서 보기에도 '이건 아니다' 싶은 때가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는 "판검사들의 룸살롱 접대 현장은 엄연히 실제이고 자신은 볼 때마다 속에서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판사가 자기 돈 내고 와서 노는 사람 한 명도 없어요. 법관들이 최소한 양심은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보고 있으면) 밉죠. 그런 사람들일 수록 대중들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곳에서 짧게 놀다 갑니다. 그런데 법에 걸리니까 그런 건지 결국은 다 옷을 벗더라고요. 자기들끼리 알아서 정리를 하더라고요. 코로나 이전까지는 가끔씩 봤어요. 그리고 윤석열은 대리기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정말 너무 매너가 없었다고 해요."
어떻습니까. 처음에 의혹이 불거졌을 때 법원이 "제보가 추상적이다" 라는 이유를 대며 어떤 조사조차도 하지 않으려 했던 것과 현장의 증언은 많이 대조적입니다. 언론이 마음 먹고 사회부 기자들을 풀어 취재 시키면, 어쩌면 지귀연 룸살롱 의혹은 금방 사실 여부가 확인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기자가 만난 이 업자의 짧지만, 의미심장한 또다른 설명 탓입니다.
"기자님들도 접대 엄청 받지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의 은밀한 접대 세계. 비단 판검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기자들이 더욱 잘 알 겁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언론들은 '민주당에 증거만 내놓으라' 하고, 본인들이 나서서 취재할 생각을 안하는 듯 한 것은, 저만 느끼는 것일까요.
허재현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팀장 (리포액트 대표기자) watchdog@mindlenews.com
[사진설명] 서울 강남의 모 유명 룸살롱에 손님으로 위장해 허재현 기자가 방문했다. 취재 중간, 기자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