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작수사의 피해자가 되다 [재판일기②] 민주당 의원이 걸어온 전화, 쾌재를 불렀던 검찰, 판사의 명령
페이지 정보
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37회 작성일 25-04-28 13:05본문
[재판일기2]
#1.
나는 오늘도 재판을 받는다. 윤석열을 명예훼손 했다는 그 이유로.
지난 1차 공판준비 재판을 치르고 한달이 지났다. 그 사이 윤석열은 대통령에서 탄핵됐지만 세상은, 적어도 나에게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아무런 죄도 없이 재판정에 끌려다니고 있고, 나의 무죄가 드러나고 있지만 언론은 나에게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검찰이 '허재현과 민주당과의 보도 공모 관계'를 철회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민주당과 가짜뉴스를 모의한 기자'처럼 1년 넘게 낙인 찍혔고, 대부분 언론 보도가 그 글자 그대로 남아있는데, 정작 나의 억울함이 밝혀지자 어떤 기자도 내게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도 않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고 연락조차 오지 않는다. 검찰에 압수수색 당할 때 처참히 부숴진 내 집 문짝처럼 나는 여전히 너덜너덜한 상태다.
내가 민주당을 오가며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건 언론인으로서 너무 당연하다. 국회와 정당은 정보의 바다다. 어떤 취재 기자가 이러한 정보의 마당을 포기한단 말인가. 나더러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날카롭게 쏘아붙이던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 있나? 허재현의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어떤 검사가 술술 불어주었는지 조선일보 기자는 밝힐 수 있느냐 말이다.
.
.
#2.
다행스럽게도 재판부는 검찰에 다시 한번 석명을 명령했다. 지난 번에 판사는 허재현과 민주당이 언제 어떻게 뭘 공모했다는 것인지 밝히라고 검찰에 명령했었다. 이번에는 부패사건만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이 단순 명예훼손 사건을 어떻게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석명을 명령했다. 검찰은 과연 뭐라고 답할까.
검찰은 과거에 기자들에게 "이재명과 연루된 대장동 사건을 덮기 위해 대장동 사업자들이 허재현 기자와 뉴스타파를 동원해 사건을 왜곡하고 어쩌고 했기 때문에 이것은 단순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라 부패 수사의 일종이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어디에도 허재현이라는 기자가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들과 알고 지낸 흔적이 없고 심지어 민주당 어느 누구와도 가짜뉴스를 모의하고 그런 흔적이 없다. 과연 검찰은 이번에도 뭐라고 답할까. 어처구니가 없다. 나는 부패한 자들을 쫓는 기자이지 부패한 자들과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
.
#3.
검찰이 내 휴대폰을 포렌식 하다가 쾌재를 부르던 순간이 있었다. 모 민주당 의원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생활은 괜찮은지. 독립매체 기자로서 힘들지는 않는지' 안부 전화를 한 흔적이 나온 것이다. '드디어 허재현이 민주당 의원에게 돈을 받은 흔적이 나오는구나!' 검사들은 순간 짜릿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검찰에 당당하게 소리쳤었다. "문자 내용을 끝까지 읽어보세요. 연락 온 것은 맞지만, 제가 단호하게 도움을 거절하는 내용이잖아요!" 내 항변을 들은 검사가 "그건 우리가 끝까지 수사를 해보면 알지요!" 나를 조롱하는 눈빛으로 말하던 순간들이 또렷이 기억난다. 그는 분명 내가 민주당 의원에게 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했다
내가 한겨레를 나온지 얼마 안돼, 내 생활고가 걱정이 되었던 그 민주당 의원은 나를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싶어했다. 내가 한겨레 기자 때부터 어떤 기자의 진심으로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그는 나의 궁핍해진 처지를 진심으로 안타까워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지만 당신과 나는 여전히 정치인과 기자의 관계이다. 당신의 선의를 받는 순간, 나는 당신에 대한 감시가 무뎌질 수 있다. 계속 건전한 기자와 정치인의 관계로 남길 바란다"고 답한 문자 기록이 남아있다.
검찰은 이제 진실을 알고 있다. 수사기록 어디를 뒤져봐도 내 생활고를 걱정해주던 민주당 의원과 내가 나누었던 대화나 통화 내용은 적히지 않았다.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검찰은 얼마나 아쉬했을까. '어떻게 허재현은 10년치 통화기록과 노트북을 다 뒤져도 정치인한테 돈 한 푼 받은 흔적이 안나올까. 우리가 봐왔던 조중동 기자들과는 너무 다르잖아!'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을까.
나를 대장동 일당들과 연루된 부패사범으로 만들려고 했던 검찰이 너무나 괘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무죄가 나오겠지만, 나는 어떻게 국가로부터 입은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과연 기자로서 명예회복은 할 수 있는 것일까.
허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