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권언유착의 폐해 … KBS 기자들이 검찰의 나쁜 빨대에 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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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383회 작성일 19-10-1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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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10일 KBS 라디오 김용민 라이브 쇼에 출연한 영상입니다


 


<방송 인터뷰 내용>

진행;김용민, 출연 허재현



-김용민
케이비에스와 유시민 이사장과의 공방이 연일 논란입니다. 본인이 에스엔에스에 법조기자와 검찰의 부적절한 관계애 대해 고발한 기자가 있습니다. 검사와 기자관계가 갑과 을이라고 비판하는 글이었습니다. 전 한겨레 기자였고 지금은 리포액트 기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허재현 기자입니다. 허재현 기자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오세요
=허재현
네 안녕하세요

-이분을 문제적 기자라고 소개해드려야겠습니다. 지금 죄값을 치르고 있다고 들었어요.
=아네. 이미 다 공개된 거니까요. 제가 한겨레 신문 재직중에 작년에 형사적으로 마약 투약을 해서 그거로 처벌 다 받고 다만 직무와 연관된 범죄는 아니라서 정상참작 되어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잘못하신거죠? 하하.
=그렇죠. 아무리 직무와 연관된게 아니라 하더라도 실정법 위반을 한 거라서 제가 평생 반성할 생각입니다.

-김경록 피디와 가진 KBS 인터뷰와 유시민 이사장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쟁점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유시민 이사장 쪽은 인터뷰를 하고도 방송을 안했다 하는데 KBS 쪽은 방송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9월11일에 두꼭지로 KBS 9 에 방송 됐는데 유시민 이사장이 왜 방송이 안됐다 했을까요.
=양쪽의 입장이 저는 다 이해가 돼요. 유시민 이사장은 방송이 안됐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가 김경록씨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방송이 안됐고 편집되어서 골라서 방송 됐으니까 이거는 인터뷰 해놓고 사실상 방송 안한거라고 불만을 가질 수 있죠. 반면 KBS 는 우리가 취사선택 할 수 있는 건데 방송을 안했다고 볼 수 없다는 그런 주장도 가능하죠.

-알릴레오 인터뷰와 KBS 보도가 전혀 다른 논점으로 보도된 건 왜 일까요.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울건데 이건 당연하게 보여요. 케비에스는 중앙 언론사이고 알릴레오는 특정 정치 진영이 만든 진영콘텐츠거든요. 그래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겁니다. 알릴레오는 정부 비판 세력이나 검찰의 정부에 대한 공격 이런 거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콘텐츠라고 볼 수 있죠. 아직 이 유투브를 언론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좀 애매한 구석이 있고요.
-그래도 정부 비판을 해도 부당한 사실에 근거해서 보도하거나 하면 그건 알릴레오가 반격할 수 있는 거죠.
=네. 그렇게 할 수 있죠. 그래서 목적이 서로 다르니까 알릴레오는 정부 공격이나 비판하는 검찰을 검증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건 당연하고요. 케이비에스는 장관 후보자 검증을 늘 언론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으니까 각자 목표가 다르니까 좀 다른 논점의 보도 나오는 건 당연하죠.
-케이비에스가 비판받는 건 너무 검찰에 기울어 있는 거 아니냐. 시시비비 큰 그림으로 보지 않고. 그래서 교차 검증 한다고 검찰에 가서 김경록 발언을 전하고 그게 문제가 되는 거 아닌지.
=케이비에스만의 문제가 아니고 언론의 법조 보도가 다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 베이스에는 검찰은 합리적이고 공정할 거라는 신뢰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데. 유감스럽게도 검찰이 그런 모습만 있는게 아니라서. 케비에스가 너무 검찰을 객관적으로 검증을 부탁할 만한 그런 기관으로 나이브하게 본 거 아니냐. 조국후보자 검증은 너무 당연한건데. 다만 또 검찰의 조국 수사는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혹은 너무 과잉은 아닌지 검찰에 대한 검증은 왜 소홀한 건지 이런 부분은 비판 받을 수 있죠.

-너무 양쪽의 이야기가 달라서요. 김경록씨가 양쪽에 다른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저는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요. 이분이 두번 모두 언론사를 상대로 인터뷰 한거라고 생각했을 거라. 근데 제가 이 인터뷰 양쪽을 다 봤더니 조금 듣는 이로 하여금 헷갈리게 말을 하는 경향은 있어 보여요. 근데 그게 일반인들의 특징이에요.  어떤 식으로 보면 A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게 또 어떤 문장에서 보면 A' 라고 비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각자의 입장과 판단에 따라서 김경록씨의 똑같은 말도 다르게 해석될 만큼 부정확하게 말하는 게 있더라고요.

-알릴레오 전문과 케이비에스 인터뷰 전문 의도하지 않든 모두 공개가 됐습니다. 모두 보셨지요. 어떻습니까. 일부 내용이 취사 선택된게 어느 쪽이 저널리즘 관점에서 진실에 부합하다고 봅니까.
=저널리즘 원칙중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집된 팩트들은 가공과 편집을 최소화하고 모두 가급적 공개해서 대중이 판단하도록 하는게 저널리즘적으로 좋은데. 알릴레오나 KBS 모두 각자가 집중했던 사안 때문에 너무 취사선택된 측면이 있지 않나. 대중의 판단 기회를 소홀한게 아닌가. 그래서 좀 오해가 발생한게 아닌가 합니다.
-알릴레오는 조국 5촌 조카가 주가 조작범이고 정경심이 피해자다. KBS는 오촌조카가 무슨 일 벌였는지 정경심도 알고 있었다 이부분을 강조한 거 같은데.
=알릴레오는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의 주인이라거나 공모 주체이거나 이런 게 아니기를 내심 바라겠죠. 그래서 어떤 부분 강조헤서 물어봤을 수 있죠. 케비에스는 장관 후보자를 검증해야 하는데. 정경심은 어디까지 알고 투자를 했을지 검증할 수는 있죠. 근데 케이비에스가 딱 오해사기 좋겠다고 느낀건. 김경록이 인터뷰 때 두가지를 다 얘기해요. 정경심이 알고 투자한 거 같은 반면 동시에 반면에 조국 교수는 사모님이 하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정경심에게는 불리한 증언을 하면서 동시에 조국 교수에게는 유리한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KBS는 조국 장관에게 유리한 부분은 보도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경심 교수가 장관 후보는 아니잖아요. 조국 장관이 어디까지 알았느냐 이게 핵심이잖아요.
-사실은 조국 장관에게 무슨 문제점이 없느냐 이런 게 쟁점인데 조국 장관은 아무것도 몰랐다 이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
=왜 이부분은 보도를 안했을까 정경심에게 불리한 거만 보도한다는 건 그건 좀 검찰 쪽 시각이거든요. 왜 이런 부분만 보도를 한건지는 KBS 법조팀의 설명이 더 필요해보입니다.
-두번째 쟁점은, KBS 인터뷰 후에 검찰 조사를 받는데 인터뷰 내용이 검찰 컴퓨터 화면에 다 떠있더라. KBS가 인터뷰 내용을 흘린 거 아닌지 의혹입니다. KBS 해명은 이렇습니다. "KBS는 기사를 쓰기전에 김경록 증언이 객관적인지 확인을 해야했고 다른 취재원을 통해서 가능한 범위에서 재확인 하는 것이 보통의 취재 과정입니다. 인터뷰 내용을 검찰 누구에도 제공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이부분 어떻게 보셨어요.
=정확하게 뭐가 검찰 컴퓨터에 떠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인터뷰 내용이 정확하게 떠있던 건 아닌 거 같아요. 인터뷰 내용이 어느정도 흘려간건 맞는거 같아요. KBS도 인정하듯 사실 관계 확인차 얘기는 했다고 하니까요. 어떤 식으로든 얘기하는 과정에서 전해진 거 같은데 KBS 입장에서는 친한 검사에게 믿을 만한 사람에게 확인하기 위해 얘기한 거 같은데 KBS 법조팀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좀 당한거도 있는 거 같아요. 수사팀에 이게 전달 안되도록 신신당부 했을 거 같은데 다 전해진거잖아요. 그런거는 좀 나쁜 빨대에게 당한거 같아요.
-빨대라 하면 정보제공.
=그럼요 사실 시민들은 좀 이해가 안되실 수 있는데. 기자들은 검사들과 수사내용 백브리핑이나 여러 가지 건네 받습니다. 취재내요도 검사들과 공유도 합니다. 다만 원칙이 있어요. 공익적 목적으로만. 또한 최소한의 용도로. 모든 언론사 법조팀들이 그런 관계 없다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최소한의 차원에서 사실 관계 검증 차원에서 아마 케비에스가, 우리가  김경록 인터뷰 했는데 이런이런 주장을 그 사람은 하던데 이거 믿어야 되나 어째야 돼. 이런 거를 물어는 봤을 수 있죠.

-어떻게 보세요 검찰한테 케비에스가 교차검증한다고 김경록씨 인터뷰 내용을 전달한거.
=이게 일상적인 수사라면, 수사를 하는 검찰 자체가 운동장에서 플레이어가 아니라 공정한 수사를 하는 그런 심판을 하고 있다면 그렇게 물어볼 수 있죠. 진실 보도 하려면 정말 검증 잘 해야 하거든요. 근데 조국 수사는 과연 수사팀이 정말 공정한 수사 하는게 맞느냐 이게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은데 근데 너무 나이브하게 검찰을 너무 믿고 검찰에게 속내 털어놓고 취재하는게 과연 이번 사안에서는 적절했느냐. 권언 유착으로 비칠 수 있는 실수입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KBS가 검찰과 유착한게 아니냐 그렇게 봅니다.
=많은 언론사가 뼈아프게 비판받아야 할 그런 대목입니다.
-언론이 검찰과 공생관계를 유지한게 그런 거 관찰을 허 기자님도 한겨레 법조팀 계셨죠.
=네 그랬고 실제로 특검 수사관하고 제가 호텔에서 만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수사정보도 듣고 제 취재 내용도 공유하고 그랬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수준에서만. 그런데 뭐랄까 그런게 있는 거죠.
-한겨레에 게셨는데 검찰하고 불편한 관계라는게 짐작이 있어요. 근데 한겨레 법조팀도 너무 검찰과 가까워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있어요. 검찰에서는 기자와 특히 갑을 관계도 아니고 슈퍼갑과 을이에요. 그정도로 정보의 독점이 심해요. 기자가 처음에는 나도 객관적으로 보도할거야 검찰도 감시할거야 하는데. 그런 마음을 먹고 그렇게 보도하면 더이상 검찰은 이제 입을 닫죠. 술자리에 초대 안하죠. 왜냐면 불편한데, 소스 흘려줬는데 그거 보도하기보다는 왜 이거 안해주고 더 비판적으로 보도하면, 그럼 흘려주겠습니까. 점점 그 기자는 길들여지는 거죠.
-검찰의 소스, 피의사실. 그거 기자에게 주면서 기자를 장악해가는.
=경찰보다 훨씬 검찰이 권력이 커서 슈퍼갑입니다. 그러면 기자로서는, 검찰이 수사 속보 안주면 우리는 다른 거 취재할래 이럴 수가 없거든요. 언론사는 수사속보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어요. 내가 다른 언론사에 물을 먹으면 정말 일주일 이주일이 지옥같거든요.
-아 기자로서 신문 아침에 봤는데 타언론사는 특종을 했어요 나는 못받았으니까. 이 트라우마 때문에 아유 나도 할 수 없다 이렇게.
=그래. 내가 니들이 만들어 논 판에 놀아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나도 한다. 그렇게 되는 거죠. 저도 많이 뛰어들었거든요. 그렇게 점점 검찰이 흘리고 싶은 세상과 흘려주고 싶은 것들로만 독자들에게 검찰의 수사속보, 검찰이 죽이고 싶은 사람만 죽이게 되고 검찰이 만든 세상을, 기자들은 마치 검찰이 준 도화지의 그림을 위해 붓처럼 활용되는 겁니다.
-시간 관계상 이거만 더 여쭐게요. 그러면 이 구조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은 똑 떨어지는 게 없어요. 냉정하게 봤을 때 그래요. 그래도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수사 속보 중심이 아니라, 법원 중심으로. 피고와 검찰이 모든 정보를 대등하게 까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잖아요. 그러면 양쪽이 공평하게 되니까 법원 중심의 취재가 자리 잡아야 하는데, 그런데 이거는 어느 특정 언론사가 우리는 이제 법원 중심 취재할래. 이렇게 선언한다고 될 일이 아니거든요.
-보다 자극적인 정보가 보다 뜨거운 정보가 검찰에서 나오고 있는데 그거를 배제하고..어?
=제가 원론적인 얘기 밖에 못드리는데. 뚜렷한 해법이 없어요. 이게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해요.
-한겨레 기자였고 지금은 리포액트 언론사를 이끄는 허재현 기자입니다.
-청취자 의견입니다. 관행이 진리가 아닌데 왜이렇게 변명처럼 들리는지. 국민들이 큰거를 원하는가 팩트를 보도하라는건데 그걸 하지 않고 정치적 계산 하면 그건 기레기지. 판단은 시청자가 한다 인터뷰 무삭제로 공개하라.
-허재현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반성하고 열심히 좋은 보도 하겠습니다.



<덧붙임 1>

제가 방송 시간상 더 못한 말이 있습니다. 이곳에 덧붙입니다. KBS 법조팀이 김경록씨와 한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읽어봤는데. 이건 KBS 법조팀의 주장과 달리 검찰 쪽에 크로스체크 할만한 게 없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양 쪽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릴 때는 믿을 만한 제3자에게 자문을 얻거나 양쪽 입장에 대해 크로스체크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김경록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다거나 이런 비판을 전혀 하고 있지 않고 되레 정경심 교수 쪽에 불리한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 뭘 더 크로스체크를 하지요? 크로스체크 해서 KBS 법조팀이 얻을 실익이란 게 없습니다. 만약 정말 크로스체크 했다면, KBS 법조팀은 무엇을 물었고 어떤 답변을 들었던 것인지까지 공개해야 합니다. 또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행한 사후 크로스체크는 왜 검찰에게만 하고 김경록씨에게는 안했는지도 설명해야 합니다. 크로스체크는 말 그대로 양쪽에 모두 해야 하는 겁니다.


또한 김경록씨는 취재 과정에서 상당한 인권침해를 당한 듯 보입니다. 왜냐면, 본인이 인터뷰했다는 사실은 어디까지나 개인 정보이고 본인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흘러가서는 안됩니다. KBS 법조팀은 그런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입니다. 피의자는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언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 하에 피의자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흔들리는 언론사라면 어느 누가 KBS 법조팀과 향후 인터뷰를 하겠습니까. KBS 기자협회는 사쪽의 진상조사위 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KBS 법조팀에 대해서는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해야 합니다.



<덧붙임 2>

아래의 글은 KBS 방송 출연 후 제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KBS 기자들에게

KBS기자가 진행한 김경록씨의 인터뷰와 알릴레오 인터뷰, KBS 기자들의 성명 모두 읽었습니다. 동료 기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저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많이 물어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기레기는 아닌거 같고 순진해서 권력기관에 당한 거 같아요. 보도 내용은 100점 만점에 60점."

판단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김경록씨는 분명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과 조국 장관에게 유리한 증언을 함께 했습니다.
불리한건, '정경심 교수가 펀드 투자에 대한 정보를 먼저 갖고왔다'는 것일테고 유리한건 '남편인 조국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거 같더라'라는 증언입니다.
KBS 법조팀은 왜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으로만 보도한 겁니까. 장관 후보자가 정경심 교수가 아니었잖습니까. 해명해야 합니다.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면, 수집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판단은 대중에게 맡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보도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일부러 검찰 입맛에 맞게 취사 선택했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단 보도의 진의는 믿고 싶습니다.

둘째. 김경록씨의 증언(조국 "고맙다")을 9월10일 듣고서도 왜 13일에 "조국이 김경록에게 고맙다고 했다"며 '증거인멸에 대해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보도를 이어간 겁니까. 김경록씨는 조국이 평소에도 늘 고맙다고 했고 그게 별다른 의미가 아니라고 KBS 기자에게 엄연히 밝히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검찰이 그렇게 흘리더라도, 김경록을 단독으로 만났던 KBS만은 달랐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설사 검찰발로 보도하더라도, 반론을 실어줬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더군요. 이 보도는 50점 이상 주기 어렵습니다.

셋째. 김경록 증언의 검증을 왜 검찰에 가서 합니까. 그게 틀렸습니다. 검찰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심판이라고 봅니까? 운동장에서 상대팀과 함께 뛰고 있는 플레이어란 생각은 정말 안듧니까? KBS라는 관중이 자신에게 날아온 공을 심판이 아닌 특정 플레이어에게 갖다 주고 '이 공 당신 거죠?' 라고 물어보고 갖다준 격입니다.그 플레이어는 '이게 웬 떡이냐' 했을거고요.
검찰이 아닌 투자 전문가 혹은 형사법 전문 변호사, 시민단체 등에 김경록씨 증언에 대한 자문을 맡길 곳은 널려 있습니다. 왜 그걸 다 제쳐두고 수사공정성을 의심받는 검찰 수사팀에다 묻습니까. 5년차 이하 기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실수를 KBS 법조팀이 집단적으로 해버려 놓고 우리가 뭔 잘뭇한 거냐고 성명을 내는게 좀 안타깝습니다.

넷째. 취재원 사후 관리에 실패했습니다. 약간의 감언이설로 김경록씨와 어떻게든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까지는 잘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보도엔 김경록씨 주장의 일부분만 발췌될 거라고 왜 사후 안알려주었습니까. 김경록씨가 그런 설명을 안들었으니까 알릴레오 가서 언론을 비판하지 않습니까. 김경록씨같은 고급 취재원은 어떻게든 마음 상하지 않게 잘 관리해서 계속 수사정보를 확인하도록 활용했어야죠. 제 후배기자가 그랬다면 저는 크게 혼을 내고 어떻게든 관계 회복해오라고 지시했을 거 같습니다. 김경록씨가 KBS를 오해하고 비판하는건 아무리봐도, 자업자득입니다.

다섯째. 여러분은 나쁜 검찰 빨대에 당한 것 같습니다. '교차 검증' 자문에 활용하고자 했던 검사에게 여러분은 아마도 '절대 이 내용을 수사팀에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물어봤을거라 믿습니다. KBS 동료 언론인 여러분의 양심을 일단 믿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파악하셨듯, 그 정보는 수사팀에 건네져서 되레 수사정보로 악용되었습니다. 여러분이 택한 빨대가 썩은 건지 멀쩡한 건지도 모른 채 그렇게 나이브하게 접근했던 것을 반성하십시오.
또 그 나쁜 빨대에게 당장 책임을 묻고 항의하십시오. 그래야만 당신들의 억울함이 풀릴 겁니다.

저는 처음에는 여러분도 권언유착의 당사자들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그렇게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어설픈 사명감으로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법조 기자들이 검찰에 철저하게 농락당한 사건 이라는게, KBS 동료 여러분에게 할 수 있는 저의 가장 우호적인 판단입니다.

'기레기'라고 욕먹는거 당연히 아프고 불편할 겁니다. 그러나 아프십시오. 아파야 한다고 저는 진단합니다. 이 글은 여러분께 보내는 '쓴약'입니다. 아프면서 여러분의 보도 과정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볼땐 독감 정도 걸린 거 같습니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솔직히 오류를 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건 내가 무슨 오류를 범했는지 빨리 파악하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가장 프로페셔널할거라고 기대했던 곳에서 일어난 아마추어적 보도참사라고 진단합니다. 한겨레는 과거에 이런 일 있었을 때 '법조 보도 개선 TF' 를 꾸려 보도 및 취재 방식을 개선한 바 있습니다. 참조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긴장합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같은 기자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농락당하면 국민이 농락당하는 겁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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