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논쟁] 더탐사를 비난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저널리즘 논쟁 (1)... “더탐사가 술집 특정 하자 집단 침묵하는 이유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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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012회 작성일 22-1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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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더탐사>가 오래전부터 청담동(정확히는 논현동) 룸바 술집을 특정해 취재해온 사실을 공개했다. 방송화면 갈무리.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 국면이 이제 장기전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그간 <더탐사>의 보도를 놓고 민주진보진영 안에서조차 여러 말들이 오갔다. 나는 주로 <더탐사>를 옹호하는 쪽이었고, 나아가 <더탐사>의 보도를 비난하는 이들을 앞장서 비판하는 쪽이었다. 너무 첨예한 이슈인데다 심지어 <더탐사>가 당하는 부당한 탄압까지 목도하다보니 내가 상당기간 좀 흥분해있었던 점 인정한다. 이제 좀 국면이 차분해진 듯 해 그간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역시 차분하게 좀더 이어가고자 한다. 이글을 나의 페친이자 존경하는 선배이자, 이 문제를 놓고 페북에서 우호적으로 살짝 논쟁을 한, 최경영 기자와 손병관 기자가 꼭 보았으면 한다.


1)어디까지 취재해서 보도할 것인가는 기자 각자의 몫

많은 언론인들이 <더탐사>를 향해 이런 비판을 했다. "좀더 취재해서 보도했어야 한다." 술자리의 직접 목격자로 보이는 첼리스트의 양심고백이 <더탐사>의 최초 보도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비판이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의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어디까지 입증해서 보도할지 여부는 그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양심의 몫'이고 또한 이것은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기자들은 수사권도 없고 온전히 제보에 의지해서 보도해야 하기에 완벽한 입증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물증을 확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거의 주장에 의존해 보도해야만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당연히 어떤 주장이 나왔다고 해서 그대로 보도할 수는 없다. 그 주장에 대한 간접 입증이라도 해야 한다.  설사 간접 입증이 되었다 하더라도, 보도를 감행하는 경우가 있고 못할 때도 많다. 정답은 없다. 물론, 보도를 감행한 언론사는 보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압수수색 당하는 따위 말고 말이다.


다시 <더탐사>의 보도로 돌아가보자. 나는 그들이 저널리즘적으로 간접입증에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만족할 만큼 했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긴 하지만 솔직히 이 이상의 입증을 기자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탐사 취재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면 솔직히 <더탐사> 보도에 내심 비판적일 순 있어도, 함부로 깎아내리진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면, 그들도 '해봤을테니까' 말이다. 언론계에서 눈에 띄는 취재경력도 없는 김준일 <뉴스톱>기자(*경향신문 편집기자 출신)라는 자가 라디오 방송에 나와 "내가 데스크였으면 이런 식의 취재를 해오면 혼을 내겠다"는 둥 떠드는 것을 보면 얼척이 없다.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들을 논평하는 억지가 판을 친다. (*한번만 더 김준일씨가 <더탐사>를 음해하면, 그가 그간 얼마나 본인의 취재경력을 부풀려서 대중에게 설명해왔는지 내가 다 공개해버리겠다. 김준일 기자에게 경고한다.)


<더탐사>는 보도 전에 상당한 수준으로 제보자의 주장을 간접 입증했다. 이세창 자유총연맹 전 총재가 스스로 청담동 술자리를, 애매한 수준이긴 하지만, 강진구 기자에게 인정했었고 첼리스트 역시 강 기자의 질문에 강하게 부인하지 않았다. 또한 사정당국을 대상으로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이런 저런 간접 취재를 사전에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첼리스트가 남자친구에게 한 여러 주장들의 진위 여부와 그 전후맥락 등에 대한 크로스체크까지 마쳐서, 첼리스트의 주장을 허튼 소리로 치부할 수 없음은 <더탐사>가 첫날부터 입증했다. 



2)국회라는 게이트키핑을 사전에 거친 <더탐사>

그럼에도 <더탐사>는 추가 입증을 위해 '국회에서의 질문'이라는 '게이트키핑 단계'를 보도 전 더 거치기로 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동훈 장관은 "김의겸 의원이 더탐사와 협잡했다"는 둥 비난했지만, 언론사가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공직자나 특정 의혹의 열쇠를 풀기 위해 국회의 도움을 빌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탐사보도 업계에서 정당하게 진행되는, 그리고 자주 활용하는 취재기법이다. 아니 굳이 취재기법이고 뭐고 다 떠나서, 국민을 대신해 공직자에게 질문하라고 국회가 있는 것 아닌가.


추정이긴 하지만, <더탐사>는 한동훈 장관이 논리적으로 혹은 증거를 사후에라도 제시하면서 김의겸 의원의 질의를 반박했다면 청담동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다들 지켜봤겠지만 한 장관의 모습은 그러지 못했다. 되레 지나치게 흥분하는 모습이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그를 의심하게 했고, 이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더탐사> 입장에서는 의혹제기를 더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한 듯 하다. <더탐사> 보도가 나오기도 전에, 한 장관이 김 의원의 정당한 질문과 의정 관련 질문을 마치 도박판처럼 만들어가는 것을 보고 과연 어떤 국민이 또는 어떤 기자가 한 장관의 답변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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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더탐사>와 만난 첼리스트는 “한동훈 두려워서 경찰에 진실을 말할 수 없고 노코멘트 하겠다. 거짓말쟁이가 되겠다. 오빠가 술집CCTV 보러 갔는데 확인안된다고 해서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3)<더탐사>는 제보에만 의존해 보도한 적이 한차례도 없다

내가 내부에서 지켜본 <더탐사>는 추가확인 과정 없이는 결코 보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일화를 하나 말하겠다. 7개월 전의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당일 밤부터 강남 모 주점에서 국민의힘,재계 관계자 등과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다"는 믿을만한 제보를 받았다. 참석자가 누구인지까지 확인했다. <더탐사>에 제보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들은 보도를 하지 않았다. 내가 사진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확보한 제보자는 '윤석열 취임 당일밤부터 새벽술판이 벌어졌다'는 참석자의 자랑을 전해들은 이였지 참석자는 아니었다. <리포액트>에서 "이런 제보가 있었다"고 논평하는 수준으로 보도하고 넘어갔다. 검색하면 나올 것이다. 다만, <더탐사>는 후에 또다른 '술자리 사진'을 확보한 뒤 추가 현장 취재를 거쳐 확정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사진 조작설을 주장했지만, 대통령실은 사실상 이 보도를 인정했다.


내가 미약하나마 보도(취임 첫날부터 새벽 술판 의혹)를 감행한 건 탐사보도의 기법중 하나인 '크라우딩 취재'의 일환이었다. 기자로서 제보를 취대한 확인하되, 도저히 확인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그럼에도 반드시 대중이 알아야 하고 공개가 필요한 의혹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아 한다, 대중에게 대략의 내용을 알리고 제보를 받아 취재를 진전시키는 방식이다. <더탐사>도 자주 쓰는 취재방식이다. <더탐사>가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를 다소 헐겁게 보일지라도 과감하게 감행한 건 제보를 받기 위한 전략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헐거운 상태에서 보도를 감행했다고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더탐사>가 아니라 되레 허재현 기자, 나 스스로이다. <더탐사>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해서 그 제보자의 말만 믿고 함부로 보도하는 곳이, 적어도 내가 목격한 바로는, 아니다.  




4)"장소 특정못한다"고 비판하던 언론들...장소 공개하자 침묵

"장소를 특정하지도 못한 채 보도를 감행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하겠다. 결과론적이지만, 지난 20일 <더탐사> 보도를 통해 공개되었듯, <더탐사>는 이미 술자리 장소를 사실상 특정하고 있었고 취재 초기부터 첼리스트에게 확인과정까지 거쳤던 것도 뒤늦게 공개됐다. 추정컨대, 추가 취재를 위해 전략적으로 장소에 대해서는 외부 공개를 자제한 듯 하다. <더탐사>는 두달여간 해당 장소에서 뻗치기 취재를 해왔던 사실도 공개됐다.


그런데 "<더탐사>가 장소를 특정하지 못한 채 보도했다"고 비판한 언론들이 막상 <더탐사>가 추정장소를 공개하자 일제히 침묵 모드다. 최근에 파악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자 당황한 것인가. <더탐사>가 어디까지 취재를 해왔고 파악된 내용의 공개 여부를 미루어왔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이제는 함부로 비판도 못하는 거 아닌가 싶다. 경찰이 그렇게 급하게 <더탐사>를 압수수색해 어디까지 이들이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는지 확인하려 했던 이유도 대충 알 것 같다. 저들은 <더탐사>가 가진 패를 알 수가 없으니 당황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게 열심히 떠들던 한 장관도 이제는 조용하기만 하다.


<더탐사>의 20일 보도 내용은 타 언론사가 단순 중계해도 될 정도로 보도가치가 충분하다. 해당 술집 관련 첼리스트가 처음에 남자친구에게 언급한 장소와 인테리어 등이 매우 유사하다. 술집 사장에 대한 정보도 일치했다. 경찰이 특정하고 있는 술집 '니케'는 아닐 가능성이 크기에 수사 정보로서도 가치가 있다. <더탐사>기자에게 술집 관계자가 술집 내부구조를 거짓으로 설명하는 것도 이상한 모습이었다. "<더탐사>가 뭔지 한동훈의 한 자도 모른다"는 분이 느닷없이 강진구 기자에게 "침을 뱉고 싶다"고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 또한 이상했다. <더탐사> 기자가 매일같이 찾아가서 영업방해를 한 것도 아닌데 대체 이 술집의 반응은 왜 이럴까. 첼리스트의 반응도 이상하다. 강진구 기자가 해당 술집과 사장을 특정해 질문 하자 첼리스트는 진위 여부를 설명하기보다 “왜 나를 보호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것에 그쳤다. 언론들이 당연히 관심 가질 법한 보도 내용인데 모든 언론이 일제히 침묵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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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윤석열 취임 당일날에도 새벽 술파티” 의혹. 허재현 기자가 <더탐사>에 건네준 제보였지만 <더탐사>는 추가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않았다.



5)<TV조선>을 <더탐사>보다 더 챙겨보는 언론인들

<TV조선>의 '첼리스트 인터뷰'를 보고 마음을 돌린 언론인들이 적지 않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TV조선> 보도를 신뢰하는가. 대체 그 근거는 무언가. 진보-보수를 떠나 <TV조선>이 언제부터 신뢰있는 보도를 해왔는가. <TV조선>은 “이세창 전 총재가 '청담동에 있지도 않았다'며 이 전 총재의 휴대폰 통화위치 정보를 확인해 보도”했지만 오보로 드러난지 오래다. 이 전 총재가 거짓말을 한것인지 <TV조선>이 알면서 오보를 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오보임은 확인됐다. '이세창씨는 청담동에 있었다. 김앤장 변호사들과 함께.' 


또한 <TV조선> 보도에 앞서 <더탐사>는 첼리스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첼리스트가 <더탐사>에 "얘기를 하고 싶지만 한동훈이 무서워서 말 못하겠다", "언론사 한 곳을 골라서 터뜨릴 거다", "오빠가 CCTV 확인하러 갔는데 아무 것도 없다며 이 사건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고 텋어놓은 것보다, <TV조선>과의 인터뷰 내용에 더 신뢰를 둘만한 이유가 있는가. 지금까지 <TV조선>의 오보는 확인된 게 있지만 <더탐사>의 보도는 오보로 확인된 게 단 하나도 없다. 


<TV조선>은 “<더탐사>가 기자신분을 속이고 첼리스트와 인터뷰 했다"고 비난했다. 저널리즘적으로 이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는 세계 유명 언론 기자들이 모두 활용하고 있는, 탐사 취재 과정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더탐사> 기자가 <MBC>기자가 한 것처럼 경찰로 위장한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인가 싶다.) 자신의 발언이 보도될 것을 염두에 두고 인터뷰에 응하는 것과 자신의 발언이 보도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대화하는 것. 과연 어떤 발언이 더 신빙성이 있을까. 그것은 독자의 판단에 맡겨야 하겠지만, 적어도 취재좀 해봤다고 자처하는 언론인들이 <더탐사>의 취재방식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다음 글에서는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을 취재하며 내가 <한겨레>에서 겪었던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비화를 공개하겠다. <더탐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에 맞서 이렇게 적극 비판과 논쟁에 나서는 것은 나의 개인적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보도를 할 때, 외부의 적들도 무섭지만 실제로는 내부의 견제를 극복하는 게 더 힘들고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한겨레>에서 겪었던 불행한 일들이 떠올라 <더탐사>를 더 적극 옹호한 측면도 있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나는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 의혹제기를 시작하면서 내부에서 격려받기보다는 대놓고 "또라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더탐사>가 겪는 부당한 오해와 음해와 유사하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쓰겠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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